중요한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 있거나, 인간관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날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퇴근길, 머리는 지끈거리고 속은 더부룩하며 온몸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러한 증상들을 단순히 '기분 탓'이나 '정신적인 피로'로 치부하며, 잠시 쉬거나 매운 음식을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라는 위기 상황을 감지하는 순간, 생존을 위해 비상 체제를 가동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평소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체내의 특정 영양소들을 연료로 소모하게 됩니다. 만약 요즘 들어 유난히 예민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화가 난다면, 그것은 단순히 성격 문제가 아니라 몸속 '미네랄 통장'의 잔고가 바닥났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우리 몸을 훑고 지나갈 때, 과연 어떤 미네랄들이 소모되며 그 결과 우리 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몸은 스트레스를 만났을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내어줄까요?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콩팥 위에 위치한 부신이라는 기관에서는 '코르티솔'이라는 항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 호르몬은 외부의 적과 싸울 수 있도록 혈압을 높이고 에너지를 끌어모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코르티솔을 만들어내고 전신으로 퍼뜨리는 과정에서 '마그네슘'이 폭발적으로 소모된다는 점입니다.

마그네슘은 본래 근육을 이완시키고 흥분된 신경을 진정시키는 '천연 진정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우리 몸은 마그네슘을 소변으로 빠르게 배출시켜 버립니다.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 마그네슘은 만성적인 고갈 상태에 빠지게 되고, 결국 눈 밑이 파르르 떨리거나 뒷목이 당기고, 잠자리에 누워도 생각이 멈추지 않는 불면증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마그네슘이 부족해지면 몸은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됩니다.

머리가 멍하고 작은 일에도 예민해진다면, 몸속 '파수꾼'이 지쳐있다는 신호입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다음 날, 유독 머리가 멍하고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갑자기 감기 몸살 기운이 도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스트레스가 뇌와 면역 체계를 지키는 중요한 파수꾼인 '아연'을 소모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는 체내에 활성산소라는 유해 물질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아연은 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소의 핵심 성분입니다.

몸이 공격받는 상황(스트레스)에서 방어군(아연)이 전선에 투입되다 보니, 정작 평소에 해야 할 면역 유지나 뇌세포 보호 기능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입안이 자주 헐거나(구내염), 미각이 둔해지거나,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면 당신의 몸이 스트레스와 싸우느라 아연을 다 써버렸다는 명백한 증거일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흔히 뼈 건강을 위해 '칼슘'을 챙기지만, 칼슘은 신경 전달에도 깊이 관여합니다. 칼슘은 신경을 흥분시키고 긴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앞서 언급된 마그네슘은 이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며 균형을 이룹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마그네슘이 먼저 고갈되어 버리면, 체내에는 칼슘이 상대적으로 과잉 상태가 됩니다. 브레이크(마그네슘)가 고장 난 상태에서 액셀(칼슘)만 밟는 격이 되니, 신경은 늘 곤두서 있고 작은 소리나 자극에도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것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나트륨과 칼륨 같은 전해질의 균형마저 무너뜨려 혈압을 요동치게 만들고 원인 모를 붓기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스트레스 파도 속에서도 단단한 배를 만드는 지혜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라는 조언만큼 현대 사회에서 무책임하게 들리는 말도 없을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는 스트레스가 몸을 갉아먹을 때, 소실된 부분을 적극적으로 채워주는 현명한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라면 평소보다 더 의식적으로 짙은 녹색 잎채소, 견과류, 통곡물, 굴, 해조류 등을 식탁에 올려야 합니다. 커피는 미네랄 배출을 부채질할 수 있으므로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이 지쳐서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몸의 연료가 떨어져서 마음이 버티지 못하는 것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충분한 미네랄 공급은 스트레스라는 파도를 없앨 수는 없어도, 그 파도를 유연하게 타고 넘을 수 있는 단단한 배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